합격수기

2012년도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인문 배근표 조회 1,075회 작성일 20-11-01 10:12


안녕하세요.

남양주 대성학원에서 한 해를 보내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계열에합격한 배근표입니다.

재수, 참 길고도 짧은 1년입니다. 


그 1년이 지나고 보면 아마여러분들은 수능 공부 보다 더 소중한, 많은 것들을 느낄수 있으시리라,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럼 제가 아, 이런 것들은 미리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리고 아, 재수를 하면서 이런 건 조심해야겠구나... 생각했던 것들 몇가지만 적어 볼게요.  


먼저 재수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초심을 잊지 않는 거죠. 뭐 우리 모두 사람이니만큼 1년 내내 같은 마음을 유지할 수는 없어요.


처음 재수를 결심한 여러분들은 분명 공부에 대한 강렬한 의욕으로 가슴이 가득 차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마음은 언젠가는 분명 사그라지게 마련입니다. 경험 상 1년 내내 이런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게 정상이구요.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아니, 비싼 돈 들이고, 1년 시간까지 투자하면서 공부하는 주제에 무슨 딴 생각?? 한심한 놈들, 난 1년 내내 공부만 할 거야. 하지만 명심하세요.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찾아옵니다. 무기력의 형태이든 불안감의 형태이든 말이죠.


이런 시기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어요. 오히려 그런 시기를 인정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해요. 대신 위에서 말 한대로 초심을 잊어선 안 됩니다. 재충전의 시기를 갖되 목표의식은 항상 명확히, 가슴에 새겨두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이 학원에 들어오면 만나시게 될 송해진 선생님께서는 공부의 주기를 한 달로 맞추라고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니까 3주는 쌔빠지게 공부를 하고 1주일은 휴식의 기간을 주라는 거지요. 슬럼프의 시기를 인정하고 완급 조절을 하라는 의미셨겠죠.


두 번째로 시기의 중요성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재수 기간 중에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바로 9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끝난 시점부터 수능을 볼 때까지의 두 달 입니다. 가장 흔들리기 쉬운 시기이고 또 가장 흔들려서는 안 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9월 모의고사 이후의 일정은 상당히 다이내믹합니다. 수능 원서 접수 기간이 9월 평가원 전후로 있고요, 9월 중순에 모의고사를 한 번 더 보고 수시 원서 접수도 있지요. 저는 이 기간에 징병 신체검사까지 받느라 상당히 뒤숭숭 했었죠.


남성분들은 신체검사 일정도 학기 초나 수능 후로 잘 잡아 놓으세요. 그리고 10월 초에는 대망의 연세대 논술 시험이 있군요. 사이에 휴가도 두 번은 있을 테고요. 정말 흔들리기 너무나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춘 시기네요. 바로 이 시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셔야 성공하실 수 있습니다.


원서 접수하고 수시까지 쓰고 오면 마치 대학생이 된 것만 같은 이 기분. 모두 고등학교 3학년 때 느껴 보셨을 거예요. 사람이 참 웃긴 게요, 재수 때도 별반 달라질게 없어요. 물론 이 점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9월 전후해서 붕 뜬 분위기가 조성이 되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1년을 판가름할 수 있다. 저는 감히 그렇게 생각을 해요. 어차피 2월 3월에 공부 안하는 사람 없거든요. 초반엔 다들 열심히 해요.


하지만 이 시기가 되면 윗 문단에서 말했던, 초심을 잃는, 초심을 잊는 그런 학생들이 많이 나오게 되요. 저 같은 경우는 아예 연대 수시를 보지 않았어요. 정시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수시를 보고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요.


마지막으로 수능 당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저는 수능 이틀 전 그러니까 11월 8일 날 점심시간에 학원을 퇴소했어요. 퇴소할 때가 되니까 사람이 괜히 센티해지더군요. 아, 퇴소시기에 대해서도 몇 마디만 할게요. 다분히 제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퇴소는 늦게 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이틀 전이나 사흘 전이 가장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빨리 나갈수록 긴장이 무뎌지는 것 같아요. 이틀 전 쯤 나가서 긴장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능을 보는 게 좋다는 거지요.


퇴소한 날은 하루 종일 푹 쉬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요. 그리고 다음 날, 그러니까 수능 전날에는 오후에 도서관에 가서 그동안 배운 것들을 쭉 훑어 봤어요. ebs 문학 작품 정리 노트나 외국어 ebs 지문 선별한 것, 또 수리 영역 어려웠던 기출 문제와 사탐 정리 노트 ebs 한문 지문 등 여태까지 배워왔던 것들을 쭉 읽어봤죠. 그리고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수능 전날에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얘기가 많은데 저는 공부를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수능 전날에 하는 공부는 물론 새로운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려는 공부가 아니에요. 여태까지 해온 것들을 감상하면서 자신감을 얻는 과정이지요.


음.. 하지만 보면서 모르는 게 많이 나와서 오히려 더 불안해질것 같다. 하시는 분들은 그냥 하지 말고 푹 쉬세요. 수능 당일날은 차분해지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얼굴은 무표정으로일관했고요, 숨도 천천히 쉬었어요. 재수를 하면 또 좋은 점이시험장에 아는 사람이 적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친구들과 얘기를해보니 안 그런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어쨌든 저는 제 시험장에서아는 친구를 딱 한 명, 그것도 사탐까지 다 치고 만났어요. 그래서 시험 보는 내내 초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지요. 그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 같네요. 이렇게신중하고 차분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 것이 또 고득점을 받을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시험이 다 끝나고 밖으로 나오는데 자꾸 눈물이 났어요. 온 몸에 힘이 다 풀리더라고요.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소리 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그 날 수능 시험 하나에 제 모든 걸 쏟아 부었다고 감히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걸 쏟아 붇고 나니 그냥 계속 눈물이났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수능 당일에 여러분의 모든 것을쏟아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기를 기원할게요. 여러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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