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2008년도 서울대 법학과

인문 손우석 조회 1,095회 작성일 20-10-30 10:32

많은 사람들이 재수에서 실패하는 공통적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난 1년 공부한 것을 다시 보는 거니까 작년에 공부한 것을 토대로 복습하면 성공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입니다.

이 생각을 갖고 1년을 보내는 것은 비싼 돈 내고 학원에 보내주신 부모님에 대한 모독입니다. 철저하게 '바보'가 되십시오. 스스로 완벽하게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발전이 없습니다. 정말 기초로 돌아가서 정말로 다 아는건지 곰곰이 곱씹어보십시오.

저 같은 경우는 수학 점수가 특히 불안정해서 재수를 할 때에 정해서 재수를 할 때에 정석책을 너덜너덜해질 때 까지 보고 또 봤는데, 당연하다고 느끼고 이미 알고있다고 생각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정독했을 때, 그 공식의 의미가 확연히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둘째로 자신이 작년에 실패한 이유를 명확히 알아야합니다. 누가 뭐래도 실패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작년에 저의 실패 요인을 두 가지로 생각하였는데, 하나는 '공상' 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 과목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수학을 하다보면 언어가 급한 것 같고, 언어를 하다보면 사탐이 급한 것 같고....... 그렇게 이것저것 펼쳐놓기만 하고 하나에 집중하지 못해서 실패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재수할 때는 의식적으로 한 과목만 펼쳐서 집중하고, 공상이 떠오를 때는 스스로의 뺨을 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도 곰곰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서 "왜" 자신이 실패했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야합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재수하면서 절대로 어기지 않을 원칙 몇 가지를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언어>

사실 언어는 정말 말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대학 동기 중에 한명은 언어를 푸는 것 자체를 즐겨서 넘기는 문제집을 여러권 사고, 매일 5회분 정도를 풀었더니 매번 거의 100점이 나왔다고 말하던데, 그건 그만큼 다른 과목에 자신이 있고 거의 완벽에 가까울 때 가능한 방법이지 모두에게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확실한건 모든 언어의 기본은 비문학이라는 겁니다.


비문학은 눈으로만 읽어서는 절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습니다. 약간은 난잡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을 체크하면서 읽어야합니다. 그리고 비문학이 안정적으로 읽히면 비슷한 방법으로 '시'에 도전하는게 좋습니다. 솔직히 고전 같은 경우는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 유리하지만, 제 입장에서 현대시는 작품 자체를 외우는 것이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고기를 한 마리 잡는 것 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듯, 시를 해석하는 '방법'을 익히셔야 오래갑니다.


게다가 수능은 가장 '명확한' 문제들의 모임입니다. 사설 모의고사처럼 여러분을 지엽적인 문제로 조롱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작품 자체를 많이 외우려고 하기보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익히시고 여유가 되면 작품 자체를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리>

수학은 문제를 딱 보면 이 문제가 무엇을 묻고싶어하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 안 풀리는 문제를 30분 40분씩 잡고 있는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답을 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푸는 방법을 연구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30분 이상 투자해서 한 문제를 풀었다고 해도, 실제 수능에서 한 문제를 그만큼 오래 붙들고 있다면 여러분은 내년에 학원선생님을 또 봐야합니다.


문제를 보자마자 무언가 적으려고 하지말고, 천천히 응시하면서 완전히 무엇을 묻는지 캐내야합니다. 그러다가 머릿속에서 푸는 방법에 대한 방향이 잡혔다면, 그제서야 연필을 쓰는겁니다. 그리고 오답노트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답은 모의고사를 본 날 다시 한 번 풀어보는 것으로 족합니다.) 오답이 나오는 이유는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거나(개념을 알면서 적용 못하는 것도 포함합니다-엄밀한 의미에서 그건 아는 게 아닙니다.) 계산에서 실수를 하기 때문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무조건 정석으로 돌아가서 해당되는 부분을 찬찬히 다시 읽고, 연습문제를 풀어보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에 오답노트를 만들 필요가 없고, 계산실수라면 방법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답노트가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수학은 '사기'가 중요한 과목입니다. 당황하면 푸는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험장에서 자기가 지금까지 실패했던 기록들(오답노트)을 바라보고 시험을 친다면, 스스로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을 뿐입니다.


<외국어>

제가 학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문법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쩐지 문법은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어떤 개념을 묻는건지 잘 몰라서 만점에 근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체계적으로 잘 가르쳐주셨습니다. 학원 선생님들 강의를 열심히 따라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영어는 그날 수업한 내용 중, 조금이라도 의문이 남는 게 있으면 자꾸 질문을 하셔야합니다.


제 2외국어의 경우에는 꾸준함이 생명입니다. 저는 중국어를 했었는데, 포스트잇에 그날 외울 단어를 10개정도 적어놓고 하루 종일 시간이 날 때마다 보았더니 따로 시간을 많이 내지 않아도 얻는 게 많았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문법 등은 학원 수업을 받은 날에 찬찬히 복습하고 쉬는 시간에 한 번씩 상기해보면 잘 잊어먹지 않을 것입니다.


<사탐>

각 과목당 기본 개념서가 하나 필요합니다. 정말 자신의 '혼'을 담았다고 말할 정도로 필기가 완벽하게 된 개념서여야 합니다. 이 책은 교과서도 좋고, 인강 교재도 좋습니다. 그리고 사탐을 공부할 때는 언제나 그 책으로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재수하면서 '법과사회'를 처음 시작했는데, 인강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stop해놓고 찬찬히 이해하여 교재에 모두 적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복습을 철저히 하면, 사설모의고사 사탐에서 틀리는 일이 힘들어지는 경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탐을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건 오산입니다. 과거 400점이 만점이었을 때는 실제로 3개월정도만 공부해서 사탐 만점을 받는 것도 가능했지만, 지금의 문제는 그렇게 녹녹하지 않습니다. 훨씬 심화된 내용이 출제되고, 특히나 평가원 문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러므로 사탐을 꾸준히 놓지 않으셔야합니다.


또 실제 문제를 풀 때는 답만 체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과목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탐시험은 답지 하나하나마다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윤리의 경우, 답이 아니라도 각각의 답지가 표현하는 사상가가 누구인지 일일이 주석을 달면서 푸는겁니다.(절대 시간 안모자랍니다. 저는 수능 때도 일일이 주석 달았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당장 답을 맞추는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답은 맞았지만 주석을 하나 못 달았다면 그건 엄밀한 의미에서 맞은 게 아닙니다. 그리고 하나라도 모른다면 개념서로 돌아가야 합니다. 추가로 사족을 달자면, 사람은 끝없이 망각하는 동물이므로 사탐이 거의 완벽한 수준이라도 생각 날 때마다 개념서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개념을 훑어보는게 중요합니다.


<기출문제>

가장 깔끔하고 명확한 문제는 평가원이 출제한 문제들입니다. 이 문제들은 정말 놀랍고, 심지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특히 사회탐구 과목에서 기출문제만한 문제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될수있으면 평소에 기출문제 모음집을 푸십시오. 특히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역대 평가원 문제들만 다 풀어도 시간이 모자랄 것입니다.


<학원생활>

사회는 인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곳이고, 커다란 한국사회보다는 작지만 여러분은 남양주 대성학원이라는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입니다. 자동차의 부품들이 모두 협력해서 하나의 거대한 기계를 움직이듯이, 여러분 개개인은 전체와 동떨어진 개체가 아니고, 협력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재수 생활에서 인간관계는 공부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룸메이트나 반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십시오. 실제 반의 분위기가 돈독하고 파벌이 생기지 않으면 구성원들이 좋은 대학에 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함께 생활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십시오. 대신 친구가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는 절대 경쟁자로 생각하여 배척하면 안됩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쏟아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상호 발전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진정한 경쟁자는 코앞에 있는 한 두 명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셔야합니다.


그리고 자습시간 '질의응답'을 잘 활용하셔야 합니다. 물론 모르는 것을 물어서 깨우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훌륭하시기 때문에 질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일반적인 문맥과는 약간 다른 의미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질의를 하러 가서는 쇼파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쓸데없이 교무실을 배회하며 시간을 낭비합니다. 이렇게 생활하시면 결과는 뻔합니다.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질문은 정말 필요한 것만 선별적으로 하시고, 대기시간이 길어져도 빈자리에 앉아서 악착같이 공부하셔야합니다.


<자기암시>

사실 제가 처음에 재수를 시작했을 때, 서울대에 쉽게 갈 성적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학원을 들어갔을 때나 학원에서 짐을 챙겨서 나올 때, 변함없이 가졌던 생각은 '무조건 All 1등급 맞고 서울대 법대에 간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어디를 가고싶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대나 고대를 가고싶다고 말합니다. 아마 서울대를 가겠다고 말해놓고 가지 못하면 무안해질 것을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목표는 항상 높아야합니다. 완전히 현실성이 없는 목표는 문제가 있지만, 연고대를 노릴 성적이면 충분히 서울대에 도전할 만합니다. 과감하게 말하십시오. 서울대에 가고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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