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2015년도 고려대 자유전공

인문 정유한 조회 1,646회 작성일 20-11-01 10:33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 자유전공학부에 합격한 정유한 입니다. 


재수도 아닌 삼수에 군대까지같다온 저가 이러한 글을 쓸 자격이 될 지 의문스러웠지만 후배님들은저 같은 고초를 겪지 않고 좀 더 쉽게 대학의 문턱을 넘었으면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저의 고3시절은 평범했습니다.

성적은 상위권이라 공부도 나름 한다고 했지만 학교에서 졸기도 많이 했고 야자도 많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수 없이 학원도 다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실제로 배우는것도 없이 친구만나고 학원을 다니는 그 자체에 위안을 받은 듯합니다. 그렇게 치른 저의 첫 수능은 냉정히 말해 제 실력대로 나온 성적이었습니다. 오히려 수능의 긴장감을 고려한다면 잘나왔다고 술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성적은 제 꿈과 현실 대학입학기준과의 괴리를 실감하게 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전 원서도 넣지 않은 채 재수를 결심했습니다. 이 때 부모님이실망한 모습을 내색하지 않은 채 적극 지원해주신 점은 크게 감사하고있습니다. 그리고 시작한 재수시절은 의욕만 앞서고 실천적이지못한 한해였습니다.

친구들에 비해 한 걸은 뒤처진다는 촉박감, 무너진 자존심은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게 했지만 똑같은 것을 한 번 더하는 수업, 쏟아지는 잠, 지낼수록 친해지는 교우관계 등의 유혹은 저를 또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게 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으로 갈수록 더욱 나태해졌고 수십 번 다짐했던 마음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결국 조금이나마 올랐던 성적은 곤두박질 쳤고 제 두 번째 수능은 그렇게 초라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곧장 삼수를 시작하려 했습니다. 그 때 마침 영장이 날아왔고 삼수만은 반대하던 아버지께서 그럼 군대나 먼저 다녀오라고 하셨습니다. 대학문제로 미안한 저였기에 그 말마저도 반대할 수 없어 군대를 입대하게 됩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가는 군대지만 누구에게도 힘들고 고단한 군대생활 그곳에서 정신없이 생활하다 보니 소위 말하는 철도 좀 든 거 같고 군 말년으로 다가갈수록 시간도 있다 보니 저에 대해 생각도 많아지고 많은 반성도 했습니다.

많이 힘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별것도 없이 초라하더군요. 진짜 열심히 한 것 같지도 않고.. 결국 후회와 반성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역이 다가왔고 곧바로 제 삼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름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나태한 기존의 습관은 쉽게 되살아나려했습니다. 쏟아지는 잠, 그냥 훑는 교재, 답지의 유혹... 더구나 2년동안 놓은 펜은 간단한 수학공식 쉬운 영단어도 망각했고 처음부터다시 시작하게 만들었습니다.

만학의 부담과 쉽게 오르지 않는성적은 저를 절망케 했습니다. 그래도 예전의 실패를 떠올리며반성하고 노력으로 극복하려 했습니다. 다시 듣는 수업 속에 새로운것을 찾으려 했고 똑같은 기출문제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으려 했으며잠을 끝내 참아냈습니다.


무엇보다도 난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마음을 안정시키려했고 할 수 있는 만큼 계획을 짜고 또 그걸그날 어떻게든 지키려했습니다. 물론 힘들 때도 있고 슬럼프가올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저를 다독여 주는 담임선생님과여러 학과선생님의 충고와 독려가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걱정과 수많은 사람의 기대를 생각한다면 저의 이 고난이 오히려사치가 아닐까합니다.


여러분 저는 이렇게 돌고 돌아 이 자리에왔습니다. 후배님들께서는 좀 더 현명히 생각해서 자신은 좀 더되돌아보고 내가 작년에 왜 실패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를 어찌 극복할지 잘 방안을 찾고 계획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꾸준히 마지막까지 실천하셨으면 합니다.


성경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이란 말처럼 지금 생각해보면 작년기숙생활이 그리 고된 것 같지 않습니다. 올해 후배님들의 재수과정에서순간의 고통이 오더라도 밝은 미래를 위해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이 자리를 빌려 여러 생활, 학과 선생님들과 동급생들무엇보다 저를 참고 기다려준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작게나마 여러분의합격을 기원하는 유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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